3월 25일에 쓴 ㄱㄷ편지입니다.

이용규 선생님의 시점이 아닌 함께 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본 요즘 이야기를 남겨두고 싶어서 이곳에 올립니다. 우리가 어떤 상황을 극복하고 이 사역을 세워왔는지 하는 것을 나중에 함께 기억하고 우리의 영적 자산으로 삼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 올린 글에 첨부했었지만 많은 분들이 보지 못하셔서 따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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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충은과 박경숙의 기도편지(2013. 3. 24)


“이르시되 너희는 맞은편 마을로 가라
그리하면 곧 매인 나귀와 나귀 새끼가 함께 있는 것을 보리니 풀어 내게로 끌고 오라
만일 누가 무슨 말을 하거든 주가 쓰시겠다 하라 그리하면 즉시 보내리라(21:2,3)


고난주간 聖월요일입니다. 생각하면 주님은 매어있던 나귀새끼 같은 저를 풀어서 쓰겠다고 하셨습니다. 가난이나 남들이 또렷이 알아듣도록 말을 잘 못하는 것이나 그 외 몇 가지 열등감에 매어있던 저를, 주님은 쓸모 없거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으시고 매인 줄을 풀어서 주님께로 끌려오게 하셨습니다. 사람을 태워본 적이 없는 그 작은 나귀새끼가 행여 주님을 떨어뜨릴까 후들거리고 비틀거리면서도 끝내 그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전폭적인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학위가 없고, 교회들을 세우고 지도자 훈련학교를 운영하면서도 신학을 공부한 적이 없다는 것, 심지어 열심히 한국어를 가르치지만 당신이 가르치는 사투리 억양 섞인 한국어를 학생들이 알아듣기나 하겠느냐는 눈빛을 계속 마주해야 하는 것은 저의 부족함과 자격 없음을 늘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부족하고 자격이 없을수록 그 부족함을 메우시는 풍족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해왔음을 고백합니다. 안식년 동안 미뤄졌던 논문을 마치고 신학 수업도 시작했지만, 처음 선교지에 나왔을 때보다 십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어느덧 사십 대로 접어들었지만 저는 언제나 이 나귀새끼의 자리에 머무르고 싶습니다. 경험있는 전문가의 자리보다 계속 주님을 의지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양의 자리가 제게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 우리 주님은 얼마나 사랑할만한 분이신지요!


하나, 언어훈련과 신학공부

지난 편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에서 하루에 세 시간씩 언어과정을 듣고 있습니다. 워낙 언어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키는 곳이라 저 역시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일을 오래 해온 입장에서 참 감탄이 절로 나올 때가 많습니다. 자카르타 시내가 아니라 데뽁이라는 떨어진 도시에 있는데다가 교통체증이 심하기 때문에 승용차편을 제공받아도 왕복 한 시간씩 소요되는 거리인지라 체력과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 셈이지만 즐겁게 공부하고 있고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복음전할 기회를 열심히 찾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주에는 초급과정의 중간고사를 쳤는데 복습이나 실습을 충분히 하기 어려웠던 점에 비하면 시험도 잘 치른 것 같고 택시 기사나 모르는 사람과 만나도 어지간한 대화는 알아듣고 소통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출석하고 있는 자카르타연합교회 건물 안에 교회에서 운영하는 신학교가 있어서 지난 주부터 뿌지(Pudji)라는 신학생 한 명과 주3회 오후 개인 교습을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다시 살짝 복습하는 수준이지만 이 학생이 인도네시아어로 기도하는 것을 받아 적어 외우기도 하고, 18세에 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학생인지라 그 사회의 배경에 대해서도 듣고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인니어 성경 읽기도 시작하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꾸란도 같이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법대를 졸업하고 다시 신학교에 들어와 주님과 복음을 위해 헌신하려는 귀한 마음을 가진 뿌지 자매(31)를 축복해주세요. 그 외에 3월부터 다시 개강한 인터넷 신학 수업도 하루 2~3시간을 할애해서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경건하고도 예리한 통찰력을 가진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으면서 정신이 번쩍 들 때가 많습니다.


, JIU 설립 준비

지난 번 편지에 기도부탁 드렸는데 우리 주님께서 신실하게 돌보셔서 이용규 선교사님의 건강은 많이 회복이 되었습니다. 2월 초에 한국에서 돌아오셔서 이제는 멀리 지방에서 현지인 사역자들을 위한 집회도 거뜬히 소화하실 만큼 힘을 얻으신 것 같습니다. 기도에 감사합니다.
 
학교 설립을 위한 과정도 진행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부르심에 맞고 안정적인 사역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재단의 이사진이 세워지고, 건축 기금을 모금하고, 교육부에 제출할 방대한 서류작업과 함께 초창기 설립멤버들이 함께 예배하고 깊이 교제하는 가운데 강력하고 뿌리깊은 영적 공동체문화를 세워가야 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동체를 세우고 대학을 설립해서 운영하는 데에는 쉽게 상상하기 힘든 수고와 헌신이 요구됩니다. 아니, 어떤 수고와 헌신을 하고 아무리 많은 재산을 들여도 우리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회교들의 땅에서 기독선교대학을 설립한다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인도네시아 같은 대국의 까다로운 요구에 맞춰 어찌어찌 기금을 마련하고, 건축을 해내고, 적소에 꼭 맞는 교수들이 거의 자비량으로 세계에서 헌신해와서 학과를 설립해서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주변 회교권의 학생들이 유학을 와서 변화되고 하나님을 만나 헌신하게 되는, 그래서 다시 그들의 사회에 영향력을 주게 되는 원래의 목적을 수행하게 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우리가 부름받은 이 사역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다 힘을 합치기도 쉽지 않지만 설사 다 합친다고 해도, 아니 가진 힘과 역량을 다 곱한다고 해도 결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가 필요합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행하지 않으시면 우리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사역은 참 해볼 만 합니다. 저희가 주께 부르짖어 구원을 얻고 주께 의뢰하여 수치를 당치 아니하였나이다(22:5)는 하나님의 말씀을 저희는 몽골에서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하나님은 수치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위험한 상황에까지 자기를 내어드리는 사람들을 위해 하나님은 항상 일하시기 때문입니다. 이 흥미진진한 모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가족 이야기

처음 왔을 때는 날씨와 환경에 적응하느라 몸이 힘든 시간도 있었습니다만 한 차례씩 앓으면서 점점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3월부터 한이와 한비는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JIKS, Jakarta International Korean School) 5학년과 3학년에 다니기 시작해서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고속도로로 삼십 분씩 걸리는 거리이고 학비도 두 명에 매달 백만 원 가량 들지만 아직 한국어 교육을 더 받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학교가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선생님들 중에는 선교사님들이나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서 몽골에서의 MK스쿨에서와 같은 정서를 좀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하던 한슬이는 3주 전부터 엄마하고 같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해서 일주일 정도 지나니 이제는 엄마가 가도 씩씩하고 신나게 잘 다닙니다. 너무 집에만 있어서 안쓰러웠는데 한슬이도 아주 좋아하네요. 아내도 덕분에 오전에 더 깊이 주님과 교제하고 중보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자카르타는 집세가 비쌉니다. 최근엔 더 많이 올라서 일 년에 한화 천만 원씩 내고서도 괜찮은 집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은 저희 팀 다섯 가정 중에서 저희 가정만 좁은 대로 교회의 게스트하우스에 계속 있어서 많은 비용이 절감되고 다른 아이들의 통학차편을 같이 이용하는 등 차량사용의 편의도 제공받고 있지요. 머잖아 게스트하우스를 나가게 된다면 학교가 건축되어 입주하기까지는 주택임대와 차량 문제로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 팀 중 집을 구하는 문제로 기도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모두들 주님께서 예비하신 좋은 위치에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이렇게 기도해주세요.

1.     인도네시아의 언어를 잘 배우고 다양한 지역과 인종의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2.     학교 설립을 위한 영적, 물질적, 인적 토대가 견고히 세워져 가고, 정부의 인허가와 건축 문제 가운데 특별한 도우심을 경험하도록. 공동체가 한 마음으로 깊이 뿌리내리도록.


3.     한이, 한비, 한슬이가 몽골에서 한국으로, 다시 인도네시아로 옮겨가는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통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 않고 가는 곳마다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하며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아내와 저의 예배와 사역 영성이 더 깊어져 갈 수 있도록.


4.     주말에 설교로 섬기고 있는 자카르타연합교회 중고등부 학생 백여 명을 아비의 심령으로 잘 품고, 다음 세대를 위한 축복의 통로로 키워낼 수 있도록.


깊은 감사와 사랑을 담아

왕충은-박경숙(, 한비, 한슬) 드림.

 

altaic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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